국내 4내 금융지주 본사 전경(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같거나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주요 은행이 가계대출을 조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상호금융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고정형·변동형 포함) 금리는 3.96%로 같은 기준의 기업일반자금대출 금리(3.95%)보다 높아졌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9월 3.74%를 기록해 기업일반자금대출(4.67%)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았는데, 1년 만에 추월한 것이다.

기업대출 중 수요가 가장 많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주담대 금리와 같아졌다. 지난 9월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4.05%로 주담대와의 차이는 0.09%포인트에 불과했다. 1년 전 이 차이는 1%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금리와 주담대 금리 차이도 1.03%포인트에서 0.03%포인트로 좁혀졌다.

주담대는 아파트 담보가 있어 연체가 발생해도 원금 회수가 어렵지 않은 대출로 꼽힌다. 이런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대출과 금리가 비슷하거나 높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COFIX) 등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 산정된다. 시장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은행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전체 금리가 상승·유지되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났다.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주담대 금리를 지나치게 높인 것이다.

서울 한 여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실제 주담대와 연동되는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는 지난해 9월 3.4%에서 1년 만인 지난 9월 2.52%로 하락했지만,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3.74%에서 3.96%로 상승했다. 주담대와 코픽스 금리 격차는 0.34%포인트에서 1.44%포인트로 확대됐다. 이 기간 기업대출을 비롯해 예적금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대부분의 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담대 금리만 높아지다 보니 은행 주담대가 상호금융 주담대와 비슷해지는 현상도 벌어졌다. 상호금융 주담대 금리는 지난 9월 4.07%로 은행보다 0.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행 주담대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주택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은행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맞추려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 당국은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내년 대출 한도를 줄이는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같아질 정도로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9월 3.41%에서 1년 만인 지난 9월 2.52%까지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는데 주담대 등 대출금리가 같이 하락하지 않으면 예대금리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공시를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 수익의 원천으로,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