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15 부동산 규제로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가 막히자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관련 대출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 역시 증가 속도가 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하나·우리·NH농협·KB국민)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3718억원으로 이번 달에만 2조2769억원 늘었다. 9월 잔액 대비 2배 상승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이 절정이던 6월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7월과 8월보다도 적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1조2683억원에 그쳤다. 급감한 9월에 못 미쳤고,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인 10·15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5385억원 줄었다. 이는 9월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로, 감소 폭도 1년 6개월 전인 2024년 4월 이래 가장 컸다.
주택 관련 대출과 반대로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103조8079억원에서 104조8598억원으로 1조519억원 증가했다. 잇단 규제로 금융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서 대출받기가 계속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근 대출 금리까지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이면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 불확실함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한·하나·우리·KB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물 5년채 기준)는 연 3.690~5.832%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2.836%에서 3.115%로 0.279%p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월 말(연 3.460~5.546%) 대비 상단은 0.280%p, 하단은 0.230%p 높아졌다.
신용대출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3.520~4.990%에서 3.610~5.100%로 상단이 0.110%p, 하단은 0.090%p씩 올랐다. 이 역시 같은 기간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187%p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집값 불안 등으로 한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출금리 오름세와 가계대출 한도 축소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