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에 속도를 내며 '주주환원율 50%' 시대를 열고 있다. 주주환원율이 50%라는 것은 연간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뜻이다. 올해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금융지주들이 '이자 장사' 꼬리표를 떼기 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주주환원율은 44%를 기록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의 올해 주주환원액은 1조8000억원 내외"라며 "올해 4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경우 주주환원율은 지난해(38%)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44%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금융은 28일 15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9월까지 처분한 자사주는 6500억원에 달한다. 또 3분기 현금 배당액(주당 920원)도 전 분기(913원)보다 늘렸다. 하나금융은 "'2027년 주주환원율 50%'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동일한 목표를 제시했던 신한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율 50% 조기 달성이 점쳐진다. 신한금융의 올해 주주환원율 추정치는 45.8%다.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올해 주주환원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9.8%였던 주주환원율은 올해 10%포인트 넘게 뛰어 54%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대 금융 중에서 주주환원율이 가장 낮은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따른 비용 부담에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금융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13%)에 아직 미치지 못해 주주환원 여력이 낮은 편이다. 금융지주는 주로 목표 CET1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쓴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말 CET1은 12.92%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간 벌어들인 돈의 얼마만큼을 주주 이익으로 나누는지를 보는 지표로, 주주환원율이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란 뜻이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오른다. 주주 입장에선 배당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5년 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년엔 4대 금융 평균 주주환원율이 20%대였다. 신한금융이 27.9%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금융(20.4%), KB금융(20%), 우리금융(19.9%) 순이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내기 시작한 2021년부터 금융지주들이 본격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국내 금융지주 10곳의 순이익은 2021년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4대 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7배 수준이다. PBR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가치만큼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비과세 배당(감액 배당) 도입을 검토하는 금융지주가 늘어나는 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신한금융은 전날 비과세 배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금융지주 중에선 우리금융만 비과세 배당을 도입한 상태다. 비과세 배당 시 개인 주주는 원천징수(15.4%) 없이 배당금 전액 수령이 가능해 배당 수익이 18.2%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