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특히 20대 피해자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활동 경험이 적은 20대를 노린 맞춤형 사기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금융감독원 등 기관 사칭 수법에 따른 피해는 3배가량 늘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연도별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만5559건으로, 지난해 연간 피해 건수(1만8791건)와 맞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피해액은 3407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피해 규모(3801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피해 건수와 피해액은 피해자가 송금·이체한 피해금이 직접 입금된 '1차 사기 이용 계좌'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사기 사건 등 범죄 사례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적어 피싱범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크고, 개인 정보 관리에 소홀한 20대 청년층이 범행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연령별 피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95명이었던 20대 피해자 수는 2023년 1851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대 피해자는 지난해 1355명, 올해 상반기 869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전까지 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목표가 됐던 50~60대는 피해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50대의 경우 2020년 6379명이었던 피해자 수가 2023년 339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70대 이상 피해자는 2020년 673명에서 2022년 1814명, 2024년 1318명으로 2~3배가량 늘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회 활동 경험이 적은 20대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70대 이상 고령층이 피싱범의 심리적 압박에 취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기존엔 저금리나 서민금융 대출을 미끼로 한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주로 활개를 쳤다면, 최근 들어 '기관 사칭형' 범죄가 늘고 있다. 검찰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고립시키는 수법으로 돈을 빼앗는 것이 특징이다. 기관 사칭형 피해 건수는 2020년 2252건(414억원)에서 2023년 4627건(611억원), 2024년 5188건(2063억원), 2025년 상반기 6367건(2603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대출 빙자형 피해 건수는 2020년 1만4686건(1566억원)에서 지난해 7375건(1475억원), 올해 상반기 4054건(675억원)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보이스피싱과 전쟁을 선포하고, 금융회사의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의무적으로 배상하는 '무과실 배상 책임제'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이미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기준' 등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배상하고 있으나, 피해 구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밀번호가 위·변조되거나 제3자가 직접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만 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돈을 보낸 경우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