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 당국의 분쟁 조정 결과를 금융사들이 무조건 수용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국회에도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다만 금융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금융 당국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어 입법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해외 선진국의 편면적 구속력 도입 사례, 합리적 적용 기준 설정 등을 포함한 제도 도입 방안 마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결정한 분쟁조정안은 금융사와 소비자 양측이 동의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고 사안'이다. 어느 한쪽이 이를 거부할 경우 권고는 효력을 잃고, 해당 분쟁 건은 소송으로 이어진다.

금융 분쟁이 소송으로 전환되면 대형 법무법인(로펌)을 선임하는 대형 금융사가 승소할 확률이 올라간다. 지난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수용 비율은 47.3%에 그쳤다. 이에 분쟁조정안 실효성을 제고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액 분쟁 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금융 당국은 편면적 구속력을 적용하는 소액 사건 기준으로 2000만원 이하를 검토 중이다.

그래픽=이은현

일각에선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들어 소액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경우 편면적 구속력 적용 분쟁 조정 기준 금액이 35만5000파운드(약 6억7700억원)에 달한다. 금융 당국은 현재 해외 사례를 검토해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우선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면 금융사들의 소송 권리를 빼앗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금감원 해체를 추진했던 이재명 정부가 금감원에 사법부 역할까지 부여한다는 지적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조정안이 재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강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금융 분쟁조정에서 검사, 판사 역할까지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측은 "(편면적 구속력) 입법이 본격화하면 분조위 운영 활성화 및 객관성·공정성 강화 등을 위해 분쟁조정 관련 조직·인력 확충 방안 등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