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 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 실적을 금융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 성과 평가에 반영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면서 이를 금융지주·은행 경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CEO 성과 평가 결과는 성과 보수나 연임 평가 등에 영향을 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 내부 통제 강화 및 건전한 경영 문화 정착을 위해 '불완전 판매 등 대형 금융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주·은행 CEO 성과 평가 기준에 소비자 보호 체계 및 운영 실적을 반영·강화토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금융권 성과 보수 체계를 점검해 불완전 판매 및 금융 사고 유발 요인을 개선하고, 이에 부합하는 보수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금융지주·은행 CEO 성과 평가에 소비자 보호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은 실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A금융지주의 CEO KPI 항목엔 ▲총주주수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계량 지표와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금융 실적 ▲리스크 관리 ▲디지털 ▲내부 통제 ▲인사 혁신 등 비계량 지표 등이 있다.

내부 통제 항목에 소비자 보호가 포함되지만 배점이 높지 않다. 보통 계량 지표가 전체 평가 점수의 70~80%를 차지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로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성장하고, 주가가 올라 주주 가치를 제고했을 때 높은 평가를 받도록 KPI가 설계된 것은 맞는다"며 "내부 통제 항목의 경우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면 60~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평가 관행 때문에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한 금융사라도 CEO는 매년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성과 평가에 따라 장단기 성과급을 많게는 연 10억원 이상 받기도 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성과 지표에 매우 잘못된 부분이 많았고, KPI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어떤 상품을 출시해서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굉장히 많이 받아가고, 실제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성과 평가에 소비자 보호를 포함하면 금융지주·은행 CEO의 연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보통 이사회가 CEO 연임을 위한 성과를 평가할 때 KPI를 참고한다. 임기 중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한 CEO의 경우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또한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에 소홀하고, 무리한 실적 성장만 추구하는 금융회사에 검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