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 관리 미흡으로 지난 5년여간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금융사 9곳 중 8곳이 저축은행과 신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지역 내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 등의 제 역할은 뒤로한 채 PF 대출 취급을 크게 늘렸으나, 정작 위험 관리·내부 통제는 뒷전인 곳이 많았던 셈이다. 이러한 관리 부실이 횡령 등 금융 사고 증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PF 리스크 관리 미흡 관련 제재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아저축은행 2회, OK저축은행 1회, 삼호저축은행 1회, 동양저축은행 1회, 광안·부산성의·경남중앙신협이 각각 1회 제재를 받았다. 나머지 한 곳은 PF 업무 담당자의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이다.

OK저축은행은 PF 대출 업무 관련 직무상 금품 수수로 기관 주의 등의 조치를 2021년 3월 받았다. 금융 당국이 공시한 제재안을 보면 OK저축은행 직원 A씨는 2019년 4월부터 8월 중 232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차주(시행사)로부터 7억10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아저축은행에선 PF 대출 담당자 B씨가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기업 대출을 받아 59억원가량을 가로챈 금융 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2월 기관 경고 제재를 받았다. 금융사 제재 수위는 '기관 주의, 기관 경고, 시정 명령, 영업 정지, 등록·인허가 취소'로 구분되는데, 기관 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전주에 본점을 둔 삼호저축은행은 PF 대출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임직원 횡령·배임으로 기관 경고, 직원 면직 등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단위 신협은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 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받았다.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이란 준공 후 아파트 등 미분양 물량이 생길 경우, 금융사가 이를 담보로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공사비 및 금융 원리금(원금+이자) 지급을 보증해 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미분양이 생기면 리스크를 금융사가 지는 구조인데, 이로 인해 우발 부채가 발생한 데다 회계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PF 대출은 취급 규모가 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손실이 막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또 자칫 횡령·배임 등 금융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금융권 역대 최고액을 횡령한 경남은행 직원은 15년간 PF 업무만 종사하며 내부 통제의 빈틈을 노려 돈을 빼돌렸다.

금융권에선 PF 대출 관리 부실이 2금융권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1분기 말 평균 연체율은 9%이며, 신협 연체율은 8%대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둔화에 리스크 관리 부실로 인한 대손 비용 증가가 2금융권 건전성에 영향을 미쳤고,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