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가 게시돼 있다./뉴스1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대규모 부실 채권 매각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은 연말까지 2조원가량의 부실 채권을 쏟아낼 것으로 추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은행은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자문 용역 업체 선정에 돌입했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해 부실로 처리된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대출)으로 분류된 담보부 여신과 기업 회생 채권이 매각 대상이다. 신한은행도 4분기 30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보통 은행은 부실 채권을 연체금보다 80~90%가량 낮은 금액으로 매각한다. 은행 부실채권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두 은행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자문 용역을 선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도 총 4000억원의 부실 채권 매각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일반 및 회생 담보부 부실 채권이다. 이 중 1000억원은 수시 매각 물량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약 5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매각했다. 4분기에만 상반기와 맞먹는 수준의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기업은행(024110)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35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70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기업은행은 4분기 중 추가 부실채권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나은행도 4분기 부실채권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4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하면 4분기에만 2조원가량의 은행 부실채권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은행의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부실 채권 매각 규모가 증가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석유화학·철강 등 핵심 산업의 침체, 내수 경기 둔화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매각해 연체율 등 건전성을 관리한다. 문제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빚 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부실 채권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로 처리하고 상각하는 부실 채권도 있기 때문에 실제 발생하는 부실 채권 규모는 더 많다"며 "예상보다 부실 채권이 빨리 늘어나고 있다. 고위험 차주와 산업군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