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피감 기관이 금융 당국 및 금융회사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킹 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이 모두 빠지면서 '맹탕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부채 관리 및 대출 규제 강화,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금융 사고 등의 현안에 대한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무위는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올해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20일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21일에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다. 종합 감사는 27일에 열린다.
정무위는 롯데카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 회장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롯데카드에서는 지난달 외부 해킹으로 고객 297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카드 번호와 CVC 번호(카드 뒷면 3자리),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까지도 유출됐다. 또 2015년 과도한 부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선 윤종하 MBK 부회장,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도 소환했다.
국감에선 MBK 경영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경영 행태가 내부통제 부실, 실적 악화 등으로 이어져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인수를 위해 낸 무리한 빚을 갚는 데 번 돈을 다 쓰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사회적 화두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국감을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이 밖에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의 건전성 및 내부통제 관리 실패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1265곳의 새마을금고 중 174곳이 자본 잠식 상태였다. 자본 잠식은 손실이 누적돼 그간 금고가 축적했던 수익금(이익잉여금)이 모두 사라지고, 회계상 고객이 납입한 출자금(자본금)까지 잠식됐다는 뜻이다. 이익잉여금이 결손(마이너스) 상태인 금고는 127개였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여파인데, 신협도 자본잠식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신협은 일부 조합에서 발급한 가상계좌 상당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의 자금 창구로 활용돼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대표도 증인 목록에 올랐다. 지난 2년 동안은 정무위 국감 증인 명단에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비금융 종합국감엔 최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불법 대부업을 영위한 명륜당 대표가 포함됐다. 명륜당은 가맹점 600여 곳을 보유한 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의 운영사다. 이 논란의 중심엔 산업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은은 명륜당의 불법 대부 의혹을 알고도 240억원 규모의 대출을 승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작 금융권에서 가장 덩치가 큰 금융지주 및 은행 경영진은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관리 보완, 부동산 PF 개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은행의 '이자 장사' 논란과 관련해선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