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금융감독원이 독일 최대 디지털전문은행(네오뱅크)의 사례를 들어 핀테크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핀테크 업체 경영진이 규제가 성장을 제약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지만, 결국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독일 네오뱅크 N26의 최고 경영자(CEO)가 현지 금융 당국의 제재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N26은 유럽 핀테크 및 디지털 금융의 선도 주자로 평가받는 핀테크 기업이다. 2016년 설립돼 올해 연 매출 약 4억4000만유로(약 7319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기업가치 26억달러(약 3조714억원)로 평가받기도 했다.

금감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최근 N26에 대한 검사에서 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 및 프로세스·조직의 결함을 확인했다. BaFin은 이를 근거로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스탈프와 타옌탈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BaFin은 N26을 관리·감독할 특별 감독관 임명도 고려 중이다.

이에 스탈프는 최근 CEO 자리를 내려놨고, 타옌탈도 연말에 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공동 창업자가 모두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N26은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이미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BaFin은 2019년과 2020년 의심거래 보고 지연으로 N26에 425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BaFin은 같은 해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결함을 적발하고 추가 제재를 했다. 당시 N26은 매월 17만명의 고객을 모집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BaFin은 월별 모집 고객을 최대 5만명으로 제한했다. BaFin은 2022년에도 N26의 의심거래 보고 지연을 적발해 지난해 920만유로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마크 브랜슨 BaFin 원장은 N26에 대해 "은행업은 낮은 비용과 혁신이 아닌 '신뢰성과 안정성'이 필수적"이라며 "기술 기업이 아닌 신뢰 기반의 규제 산업으로 혁신가도 은행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N26 사례가 국내 핀테크 업체에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며, 국내 금융감독 업무에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신뢰와 규제 준수가 중요한 금융업에서 성장·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은 지속 불가하며, 경영진의 교체까지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 준수와 내부통제 강화가 성장을 제약한다는 일부 핀테크 경영진의 의견이 있다고 소개하며 "수익성 강화 및 리스크 관리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규제 회피와 내부통제 부실이 오히려 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