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반년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은행채 금리는 국고채 흐름과 연동되는 구조인데,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연 4%대를 넘어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평균 금리는 지난달 30일 3.005%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일 3.025%까지 올랐다. 은행채 금리가 3%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3월 28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2.685%까지 빠졌다가 이후 2.8%대를 횡보했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3.9%를 기록한 뒤 5영업일 만에 0.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다. 은행들은 은행채 금리에 가산금리 등을 더해 최종 대출 금리를 산정한다.
은행채 금리 상승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다. 전날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모두 연 5% 초반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0.15~0.1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금리 하단도 연 3%대 중반을 보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지난달 하순부터 상승세를 탄 것은 국고채 금리 인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한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했지만, 투자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은행채는 보통 국고채 금리 흐름과 같이 움직인다.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오전 2.610%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3월 28일(2.6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 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시장금리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 애초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0월 중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하 시점을 11월 말로 수정하고 있다.
당분간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높은 문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내년 1분기부터 기존 15%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올리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은행의 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은행들은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담대를 줄여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28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주담대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주담대 속도 조절을 위해선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