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금융 당국 및 산하 공공기관의 연간 퇴직자 수가 지난 5년간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파워'를 무기로 최전선에서 국내 금융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의 핵심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보다 낮아진 연봉, 지방 이전 논란,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수 인재 이탈이 국내 금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조선비즈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및 산하 7개 공공기관의 연도별 퇴직자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610명이었던 퇴직자 수는 지난해 879명으로 44% 증가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퇴직자 수는 626명으로, 2020년 연간 수치를 넘어섰다.

2020년 100명이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퇴직자 수가 지난해 138명으로 38% 늘었다.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인력이 이탈했다. 금융위 퇴직자 수는 같은 기간 17명에서 28명으로, 금감원은 83명에서 110명으로 증가했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 상위권이 주로 가는 부처인 금융위에선 최근 젊은 층의 퇴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20대 사무관과 주무관 3명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위해 퇴직해 조직이 발칵 뒤집혔다. 금융위에서 로스쿨 진학을 위해 퇴사한 사례는 처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급 사무관 이하 공무원들의 퇴사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업무 부담에 비해 낮은 보수, 인사 적체, 관료주의 문화 등이 문제다"라고 했다. 금감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주로 국·실장급이 퇴사해 민간 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최근엔 젊은 직원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선 산업은행의 퇴직자 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산은의 부산 이전 이슈로 지난해에만 185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 이는 2020년(77명)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퇴직자 수는 52명에서 85명으로 증가했다. 신용보증기금도 93명에서 150명으로 급증했다. 퇴직자뿐 아니라 신입 지원자도 줄고 있다. 캠코의 신입 채용 경쟁률은 2020년 97대1이었으나, 지난해 45대1로 반 토막 났다. 예보는 신입 채용 경쟁률이 같은 기간 120대1에서 62대1로 낮아졌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금융 당국과 산하 공공기관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와 평균 연봉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7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씨티·SC)의 평균 연봉은 7985만원이었고, 한국예탁결제원·기술보증기금을 더한 9개 금융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8883만원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난해 평균 연봉은 역전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연봉은 1억1542억원으로 44.5% 급증했으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 금융 공공기관은 연봉이 10% 안팎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7%, 2024년 2.5%, 2025년 3.0%였다.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 금융사와 연봉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 너무 뻔한데 가능한 젊을 때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낫겠다고 토로하는 직원이 많다"며 "지방 이전, 잦은 순환 보직과 수직적 관료주의 등이 줄퇴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김상훈 의원은 "금융 당국과 산하 공공기관에서 인재가 빠져나가는 현상은 국가 금융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연봉 등 구조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 금융 경쟁력의 급격한 약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