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이 최고치로 치솟으며 비판적 여론이 확산하자, 은행들이 속속 중도 상환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권을 향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예대 금리 차가 지속된다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스로 답을 내놓으라"고 한 데 따른 조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신규 취급 가계 신용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율을 0.04%에서 0.02%로 0.02%포인트 낮췄다.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전세대출 등 기타 담보 대출의 수수료율도 고정금리 대출 기준 0.52%에서 0.50%로 0.02%포인트 인하했다. 0.01%였던 기업 신용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율은 0%로 낮춰, 아예 없앴다.
전날엔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담보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율을 0.59%로 최대 0.02%포인트 내렸다. 직전까진 고정금리 대출은 0.61%, 변동금리 대출은 0.60%였다. 기타 담보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율도 0.02%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12일부터 기타 담보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율을 0.02%포인트 낮췄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대출 계약 후 3년 이내에 대출금을 조기 상환할 때 금융회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다. 금융사는 대출금을 예상보다 빨리 갚아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긴 만큼 이에 대한 기회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며 대출자에게 수수료를 물려왔다.
그러나 대출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금융 당국은 올해 1월 13일부터 중도 상환 수수료율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주담대의 은행권 평균 중도 상환 수수료율이 1.43%에서 0.56%로 0.87%포인트 낮아졌다. 고정금리 신용대출 수수료율도 0.95%에서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내려갔다.
은행들이 여기서 더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권 부위원장은 "가산 금리 체계를 살펴달라"고 콕 집어 당부했으나, 가계 대출 억제 기조에 대출 금리를 낮추긴 어려운 만큼 대안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산 금리를 문제 삼았으나, 현재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내리면 가계 대출이 늘 수밖에 없어 손을 대기 쉽지 않다"며 "대안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 인하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 예대 금리 차는 올 들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정책 서민 금융 제외 가계 대출의 평균 예대 금리 차는 1.48%포인트다. 지난해 9월 평균치(0.74%)와 비교하면 2배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