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100%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교보라플)을 흡수합병하지 않고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교보라플이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최근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교보라플 흡수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교보라플은 2013년 출범한 국내 최초 디지털 생명보험사로,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혁신'의 상징이지만, 보험의 디지털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도 활용되는 등 교보생명에는 아픈 손가락이다.
이 때문에 교보라플의 흡수합병설은 매년 불거져 나왔다. 교보라플의 실적이 악화되면 교보생명이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흡수합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금껏 여섯 번에 걸쳐 337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교보라플에 투자했다. 더구나 또 다른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면서 교보라플의 흡수합병설도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지금껏 흡수합병과 관련해 유의미한 논의나 검토를 진행한 적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교보라플이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라플에선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김영석 대표가 취임한 지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앞서 교보라플은 생명보험사임에도 암·치매·건강보험 등 건당 보험료가 높은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리부트' 전략을 올해 초 시작했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기존의 종신보험과 저축성 보험, 미니보험보다는 매출액(수입보험료)을 늘릴 수 있는 보장성 보험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교보라플 내부에서도 독립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교보라플의 수익성·건전성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분기 교보라플의 당기손익은 -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15억8900만원)보다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더구나 지난달 한 달 동안 2억34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교보라플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은 지난달 250.7%로 금융 당국 권고치인 1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킥스는 지난 4월 168.1%에서 매달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교보생명으로서는 당장 교보라플에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할 부담도 사라진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흡수합병과 관련해 진행되는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교보라플 관계자는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꾸리기 위해 여러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다 보니, 실적이 좋지 않았던 교보라플도 교보생명으로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