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이자율 조정 뿐 아니라 신규 자금도 수혈하는 것이 골자다.
은행연합회는 3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석유화학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 금융기관 등과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식'을 개최했다. 협약식엔 17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정책금융기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석했다.
자율협약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워크아웃처럼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채권단과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폭이 크고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1대 석화기업들이 은행권에서 빌린 여신은 올해 6월 말 기준 총 32조8000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이 8조4774억원으로 가장 많고, 롯데케미칼(7조927억원), S-OIL(4조2077억원), DL케미칼(2조9952억원) 순이다.
석유화학 기업이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에 채권을 보유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자율협의회를 소집한다. 개별 기업에 대한 구체적 지원 내용은 협의회에서 결정되는데, 채권단 4분의 3 이상(채권액 기준)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외부 공동 실사를 통해 실효성·타당성을 검토한 후,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이자율 조정, 신규 자금 수혈 등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선제적 사업재편의 '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석유화학산업이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석화업계가 제시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미진하다"며 "시장에서 석화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 내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했다.
은행권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협약에 따라 만기 연장, 금리 조정 등이 이뤄지는 채권에 대해선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금융 당국은 정상 기업에 대해 기업·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인 만큼,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