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민증)이 있는데 왜 업무가 안 된다는 거예요? 모바일로도 안 돼요?"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고 이후 첫 영업일인 29일, 비대면 계좌 개설과 본인 확인 등에 차질이 생기면서 은행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등록증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여권 등이 필요한데, 대부분 고객이 대체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아 창구에서 금융 업무를 보지 못하면서 혼란이 이어져 대기 순번은 길어졌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기자가 서울 모 시중은행 지점에서 뽑은 대기번호는 41번. 1시간가량 대기 이후 만난 창구 직원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신권을 뽑으려는 고객들 때문에 평소보다 사람이 좀 더 많은 편인데, 주민등록증으로 업무 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고 대체 수단으로 자동응답전화(ARS)까지 진행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말 새 금융지주사들은 리스크부문장 주재 회의를 소집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및 디지털 담당 그룹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응 TF'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화재 이후 첫 영업일인 만큼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대비해 비대면 채널 매뉴얼을 점검하고 주요 지점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을 권고했다.
오전까지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은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과 지난 26일 이전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이었다. 특히 2년 전 행정 전산망 마비 당시 피해를 줄였던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ARS 서비스 '1382′도 불가능해 은행 창구에서는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1382 서비스는 이용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오전 10시쯤 일부 시중은행에서 올라왔으나, 모든 정보에 대해 진위 확인이 정확히 가능한 건지 여부에 대해 은행 본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 창구에 적용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한 1382가 된다고 해도 창구에서 전화를 걸고 고객이 자신의 주민등록증 정보를 입력한 뒤 확인을 해야 해 대기 인원이 쌓였다.
특히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중단으로 이를 심사에 활용하는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 신청이 중단됐다. 정부 기관과 연동된 정부24 전자증명서, 국민 비서 서비스, 민생 회복쿠폰 주소변경 서비스 등과 우체국 금융 서비스 전반도 중단됐다.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피해가 더 컸는데, 대출 심사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만큼 고객이 관련 실물 서류 이미지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인증을 활용하는 2금융권도 사태를 수습 중이다. 주요 카드사들은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 사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대부분 실물 주민등록증을 이용한 카드 신청 서비스를 제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 변경 ▲모바일 신분증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신청 및 전환 ▲우체국 금융 업무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신한카드의 경우 미성년자 신규 가입 서비스도 잠정 중단됐다.
통합전산망을 사용하는 저축은행 역시 장애 사항과 불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공지를 띄우고 콜센터를 통해서 민원을 응대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에도 불똥이 튀었다. 가상자산 매수·매도는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등록 후 이용할 수 있는데, 연계된 은행을 통해 실명 확인을 진행해야 하는 서비스 특성상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인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비대면 본인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24'가 오전 중 복구될 것으로 보이며 시중은행들은 이날 중 모든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말 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정부24가 생각보다 복구가 빨리 될 것 같다"며 "모든 서비스 복구까지 금융 거래 장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전산 업무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