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조직 개편이 무산되며 한숨을 돌린 금융감독원이 조직 쇄신 방안을 마련한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 빠졌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조직 개편 및 공공기관 지정 철회 결정 발표 후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조직 개편 논의가 시작된 계기인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중심으로 업무 체계를 개편하고 조직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 보호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 쇄신안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눈높이에 맞춘 선제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1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의결하는데, 여권 내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국정기획위원회가 그린 조직 개편안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당정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여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은 조직 개편과 같이 복잡하지 않다. 공운위에서 의결만 하면 된다"며 "금감원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 그러다 2017년 금감원 내부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공공기관 지정이 재추진됐다.
금감원은 정부가 내건 채용 비리 근절과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다. 그러나 2020년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감독 부실, 직원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지며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국회예산정책처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직원 처우 악화, 지방 이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직원 설명회를 열고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내년 1월 최종 결정되는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 업무 성과, 특히 금융 소비자 보호 과제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