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금융 당국 조직 개편이 전면 철회된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위, 금감원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거센 데다, 금융 정책·감독 기능이 4개 기관으로 분산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란 이유로 명분 없는 조직 개편을 강행한 탓에 사회적 혼란만 가중했단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은 25일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일단 철회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정대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추후 논의는 당내 협의 과정 거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 시장 불안정'을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 철회 이유로 들었다. 한 정책위의장은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7개월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당정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소 180일간은 상임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묶이는데, 이 경우 조직 개편이 내년 4월까지 밀릴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후신)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만 남겨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또 금감원을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고 두 기관을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금융 당국 조직 개편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건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인 지난 5월 정책 공약집을 발표하면서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어 이를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 말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후 당정 합의를 거쳐 최종안이 발표됐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앞에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 및 직원들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직 개편 확정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선 반발이 쏟아졌다. 금융위의 경우 조직이 공중분해되는데다, 금감위에 남지 못한 인원은 모두 세종에 있는 재경부로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소원을 분리하면 업무 혼선이 불가피하고, 공공기관 지정 시 독립성이 약화할 수 있다며 장외 집회, 시위에 나섰다. 사실상 민간 조직인 금감원의 내부 동요는 특히 극심했다.

조직 개편의 실효성 논란도 만만찮았다. 늘어난 금융감독 기관으로 인한 업무 중복, 금융회사 부담 가중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재경부로 흡수되면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가계 부채 등 금융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위를 해체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 조직 개편 논의가 기재부 힘 빼기에서 시작된 것인데, 예상 외의 부작용이 크고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3~4일 전부터 기류가 변화하는 조짐이 감지됐다"고 했다.

금융위, 금감원 내부에선 안도의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조직 개편을 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크게 낙담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백지화 결론에 기쁘다"며 "조직 개편 이슈로 뒤로 밀린 주요 현안들을 챙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