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시중은행과 달리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과 최악의 건설 경기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의 올해 상반기 평균 연체율은 1.07%로 지난해 상반기(0.61%)보다 0.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를 넘어선 상태다. 4대 시중은행 평균인 0.34%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북은행이 1.58%로 가장 높았고, 경남은행은 1.02%, 부산은행은 0.94%, 광주은행은 0.76%로 집계됐다.

상반기 4대 지방은행 순이익은 6752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순이익(8조968억원)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출범 이래 최대인 3883억원을 기록하며 지방은행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

지방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은행의 핵심인 예대마진(대출과 예금금리 차이)이 축소되고,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서 순이익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였다.

실제 지방은행의 대출 중 절반 이상이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채워져 있다. 4대 지방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143조5872억원인데, 이 중 64.3%(92조3770억원)는 기업대출이다. 특히 기업대출 중 89.9%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대출이다.

대구시 번화가인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특히 부동산 건설 경기가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되면서 비이자수익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택 재고 6만3734호 중 비수도권 재고는 78%(4만9795호)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을 키울 때 지방은행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대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 금리가 높은 편이다. 수도권보다 중·저신용자가 많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량한 금융 소비자는 이미 시중은행 등으로 흡수된 상황이다. 더구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다.

실제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달 지방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5.1~12.15%로 시중은행(4.56~4.72%)과 인터넷전문은행(4.73~5.13%)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03~4.81%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에서 대출을 받을 때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방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중저신용자와 중소기업, 어려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영업을 해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지방은행의 성장이 둔화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