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아이디를 담을 수 있는 디지털 정보지갑 '마이인포' 설명도. /금융결제원 제공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은행권 연합이 운영해온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서비스 뱅크아이디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뱅크아이디는 뱅크사인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은행이 공동으로 만든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다. 뱅크아이디의 퇴출은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고 은행이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새로운 본인 인증 수단인 NH인증서를 도입한다. 2022년 처음 출시된 농협 자체 인증서의 보안성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까지 뱅크아이디 서비스를 시행하던 유일한 5대 시중은행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 본인 확인 기관으로 신규 지정된 이후 자체 인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뱅크아이디를 도입했던 케이뱅크도 이달 말 뱅크아이디 서비스를 종료한다. 앞서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우리은행이 2023년 말에 서비스를 줄줄이 종료했다. 뱅크아이디를 사용하는 금융권은 저축은행 중 웰컴저축은행 한 곳과 일부 지방은행이 전부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뱅크아이디 인증 시스템 사용률이 너무 낮아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설명했다.

뱅크아이디는 은행연합회 주도로 지난 2018년 시작된 뱅크사인을 금융결제원이 지난 2021년 이관받아 새로 출시한 블록체인 및 분산ID(DID) 기반 인증 서비스다. 전신인 뱅크사인의 경우 이용률이 저조해 출시 4년 만에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됐다. 이를 보완하고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및 저축은행까지 16개사가 공동 협업한 뱅크아이디도 개별 은행들의 금융 인증서 출시 영향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다 보니 퇴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KB국민인증서 이용고객수가 1500만명을 돌파했다./국민은행 제공

은행들은 개인 인증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서 은행은 앞다퉈 각자 금융결제원과 협업해 개별 금융 인증서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은행권 공동 인증 서비스인 뱅크아이디를 키울 필요가 없게 됐다. 특히 뱅크아이디는 여러 은행의 데이터를 서로 공유받아야 의미가 있는데, 시중은행이 뱅크아이디에서 이탈해 개별 인증서를 강화하면서 강점이 퇴색됐다.

또한 공인인증서의 불편을 없애자는 의미에서 시작됐음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가미된 공인인증서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PC에서 단독 사용이 어렵고, 속도 측면에서 사설 인증서 대비 느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은행의 자체 인증 시스템은 고객을 자사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보다 정밀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모바일 신분증 제도 확대로 금융권의 자체 인증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23일 행정안전부는 기존 '대한민국 모바일 신분증' 애플리케이션(앱) 등 정부 공식 앱과 삼성월렛에서만 가능했던 모바일 신분증 발급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은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토스 ▲네이버에서 만든 자체 모바일 신분증을 공공기관부터 금융기관까지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