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금융권별 협약 체결을 완료하고 10월부터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업권별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비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연체채권 매입가율에 대한 반발도 상당해 논의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대부협회 등 업권별 협회는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비율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기로 했는데, 4000억원을 '누가, 얼마만큼 나눠 내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논의 초기엔 이자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은행이 35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업권이 500억원을 나누는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배드뱅크에서 매입키로 한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채권' 규모가 업권 중 가장 큰 대부업체나 카드사가 분담금을 더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업권별 연체채권 규모는 대부업이 2조3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카드(1조6842억원), 은행(1조864억원), 보험(7648억원), 저축은행(4654억원), 캐피탈(2764억원), 상호금융(5400억원) 순이다.

그래픽=손민균

정부가 산정한 연체채권 매입가율에 대한 대부업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말 전 업권별 협회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차주(돈 빌린 사람) 신용등급, 연체 기간, 대출잔액 등을 감안해 산정한 연체채권 매입가율 테이블(표)을 공개했다.

10등급으로 나눠 최저 0.92%에서 13.46%의 매입가율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인데, 대부업권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부업체까지 흘러 들어간 연체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경우가 많아 상당수 채권에 적용되는 매입가율이 평균(5%)을 밑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 매입가율을 5%로 산정해 예산을 짰다. 예컨대 채권 가액이 100만원이면 이를 5만원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캠코 관계자는 "연체채권 매입가율 테이블을 재조정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배드뱅크 설립 계획은 줄줄이 밀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월 중 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립 후 9월 초 분담 협상 완료 후 연체채권 매입 협약 체결, 10월 연체채권 매입 개시 계획을 밝혔었다. 캠코가 지난달 1일 이사회를 열어 배드뱅크를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하긴 했으나, 이후 단계인 분담금 협상부터 막혀 협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캠코는 오는 12일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일정을 취소했다. 캠코 관계자는 "일정 내 배드뱅크 출범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