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금융 당국이 백화점과 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내부 정산 업무에 대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는 유통업체가 가맹점주나 입점 업체에 받은 대금을 내부적으로 정산하는 업무도 PG업에 포함했다. 개정안은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15일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유통업체는 이달 14일까지 PG업을 등록해야 하는데 금융 당국이 이를 면제하는 조치를 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편의점·백화점·프랜차이즈·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유통업계에 이런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금융 당국은 "자기사업을 위한 내부 정산을 영위하는 업체에 대해 전금법 적용이 배제될 것이라는 시장 신뢰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전금법 개정·시행까지의 법적 불안정성 해소 등을 위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전금법은 사실상 모든 전자거래 정산 업무를 PG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가맹점과 입점 업체에 대금을 받아 내부 정산을 하는 것도 PG업에 해당한다. 예컨대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업체가 A백화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면, A백화점은 다시 이 돈을 정산해 입점업체에 전달한다. 전금법상 이 업무도 PG업에 해당해 A백화점은 금융 당국에 PG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서울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송기영 기자

유통업계는 당시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했고 정부는 결국 개정안 시행의 1년 유예 기간을 줬다. 이후 국회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유통업계의 민원을 반영했다. 새 개정안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PG사에 정산 대금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감독 규제와 자본금 요건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 백화점·프랜차이즈·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PG사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대가의 수수와 정산 대행이 판매 중개와 같은 다른 업무와 결부되는 경우'를 PG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오는 14일까지 유통업체들이 PG업을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금융 당국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 유통업체의 PG업 등록 규제를 일시 면제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법 개정 절차를 고려해 내년 3월 말까지 비조치의견서 효력을 설정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로 PG업 등록 문제를 해소했다. PG업을 등록하면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유통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또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부가 PG업을 등록하지 않으면 간편결제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외부 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대금의 2~3%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