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금융감독원과 새로 신설할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금융감독 '독립성 후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후신)로부터 인사·예산 등을 통제받게 되는데, 이러한 입김이 금융감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금융감독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조직 개편의 명분인데, 공공기관 지정으로 오히려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분리·신설하는 내용의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현재 금융위로부터 감독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금감원은 금감원과 금소원으로 쪼개 두 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사실상 민간 조직이나 정부의 일을 하며 관리·감독을 받아 '반민반관' 조직으로 불린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간 계속돼왔다. 금감원은 정부 지원액 비율이 96%가 넘는데, 법상으론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얻는 수입액이 전체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민간 조직 형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 전환 시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독립적인 기구로 설립됐다. 금감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한 차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는데, 독립성 훼손 논란에 2년 뒤인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경우 정부의 통제는 더 강해지고, 운영의 자율성은 낮아질 수 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데, 경영 전반에 대한 공운위의 심의·의결 등 의사결정이 불가피하다. 공운위는 재경부 산하로 이관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조직 개편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직 개편 논의에 시동이 걸린 배경엔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 기구로 있는 현 체계가 감독 기능 약화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위에서 분리시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금감원과 금소원을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해버리면 재경부의 입김이 더 쎄질 수밖에 없어 독립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목적을 알 수 없는 개편이 돼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