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금리 인하기임에도 중소기업·자영업자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및 소비 위축 여파에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자, 가산금리에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 결과다. 가산금리를 올리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반감되는데, 은행들이 마진 방어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여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이자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는 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신규로 내준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 7월 4.2~5.35%로, 3개월 전인 지난 4월(4.15~5.07%)과 비교해 상승했다. 자영업자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도 지난 4월 3.92~5.04%에서 7월 3.95~5.22%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 3개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 4월 4.95%에서 지난 7월 5.23%로 0.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타행은 가산금리가 0.03~0.18%포인트 소폭 올랐다. 자영업자 신용대출 가산금리 역시 신한은행이 가장 큰 폭(0.33%포인트)으로 올렸다. 자영업자 신용대출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5.22%)이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시장금리와 은행이 신용위험, 자본비용, 기대 이익률 등을 반영해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결정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지난 1년간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 하단은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상단이 되레 5%대에서 6%대로 상승했다. 가산금리가 시장금리 인하분을 상쇄할 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은행권에선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가산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계속 오르는 이유로 높은 연체율을 꼽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지난 0.77%로, 이는 2018년 11월(0.8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한 달 새 0.12%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역시 0.08%포인트 오른 0.82%를 기록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축적돼 있던 잠재 부실이 중소기업,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터지며 신규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 가산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