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왼쪽부터),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전경./각사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주문하면서 업무 중복 논란이 제기되는 정책금융기관의 개편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정책금융기관의 업무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금융지주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산하 정책금융기관의 업무 전반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금융 당국도 산하 공공기관의 업무 및 비용 지출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주재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도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기로 했다. TF에선 정책금융기관 개편도 함께 논의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공기업도 너무 많아서 기능 조정이 필요한 기관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정책금융 역할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주제 발제를 맡은 한상범 경기대 교수는 현행 정책금융제도가 산업정책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기관 간 업무 중복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책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이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정책금융지주를 컨트롤타워로 기관간 중복기능을 조정하고 필요한 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교수는 구체적으로 정책금융지주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정책금융지주사를 운영하고, 기관별 중복된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를 통해 기관의 통폐합을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회미래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책금융 체계 전반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산업정책과 정책금융 간의 전략적 정합성을 강화하고, 정책의 실행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관된 금융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 박홍배,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 등도 참석했다.

정책금융기관 업무 중복 개선은 지난 정부에서도 꾸준히 논의됐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 정책금융 역할을 재편하겠다고 발표했고, 문재인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을 금융위원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소관 부처와 해당 기관의 이견으로 매번 정책금융 개편은 무산됐다.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번엔 정책금융기관 개편이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산은·수은·무보와 신용·기술보증기금은 업무 중복 문제가 계속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선 정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해야 금융공공기관 통폐합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