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제공

동양생명이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15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양생명이 수집·보유한 고객 개인정보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과 공유해 영업하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보험업계에 상당 기간 있었던 영업 관행인 만큼 추가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양생명의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해 15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전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매출(수입보험료)은 4조7500억원으로, 3%는 1425억원이다. 정확한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제3자 정보제공, 마케팅 활용은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양생명이 수집·이용 동의를 받아 보유한 고객 정보를 자회사형 GA에 제공해 보험 모집에 활용하려면, 제3자 정보제공 동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동양생명의 과징금 규모가 이대로 확정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1% 줄었다. 1500억원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1.7배 수준이다.

신한라이프 사옥 전경./신한라이프 제공

금융 당국은 동양생명의 과징금 규모를 결정한 뒤, 같은 의혹을 받는 신한라이프·라이나생명에 대한 조사와 제재 수위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과 같은 기준으로 보면, 신한라이프는 최대 2100억원, 라이나생명은 96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보험 영업현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껏 자회사형 GA 대부분이 원수사(보험사)로부터 고객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받아 영업했다. 제공된 DB가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받은 것인지, 이 DB로 영업하는 것이 신용정보법 위반 여부인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신용정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검사가 보험업계 전반으로 퍼져 개인정보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고객 DB에 의존하는 중·소형 GA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 영업에서 고객 DB는 영업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DB가 좋을수록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GA는 다른 GA들과 차별화된 고품질의 DB를 제공한다며 보험 설계사를 모집한다.

GA업계 관계자는 "많은 자회사형 GA들이 원수사의 DB를 활용했는데, 동양생명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자회사형 GA는 물론 대부분 GA들이 DB를 받는 것이 힘들어진다면, 앞으로 어디에서 DB를 확보해 영업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보험업계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GA업계 등 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 거래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광고 등에서 상담에 동의한 고객 명단이나 보험 가입 상담신청을 한 고객 명단 등 보험 계약 성사 가능성에 따라 많게는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GA 등에 고객 DB를 판매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회사도 영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