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사에 불완전판매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 올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이 시한을 넘길 경우 금융 당국이 제재를 내려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진행 중이어서 금융 당국이 홍콩 ELS 제재와 같은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을 '투자 원금'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2023년부터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입'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수입을 '투자 원금'과 '수수료' 중에 무엇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이번 해석은 홍콩 ELS 과징금 산정에 적용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주요 시중은행에 최대 조(兆)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홍콩 ELS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음에도 제재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 홍콩 ELS 판매 은행 5곳과 증권사 6곳에서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2024년 말 기준 홍콩 ELS 손실이 확정된 계좌는 약 17만건, 전체 원금 10조4000억원 중 손실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은행의 경우 10~40%가량의 불완전 판매가 발견됐다.
제재 절차가 지연되면서 불완전 판매에 따른 과태료 제척 기간이 도래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홍콩 ELS는 2020년 말부터 팔리기 시작해 홍콩H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2021년에 집중 판매됐다. 2020년 말 판매된 홍콩 ELS는 올해 연말 과태료 제척 기간이 시작된다. 해를 넘길 경우 2021년에 집중 판매됐던 상품의 제척 기간도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금융 당국은 과징금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절차가 지연되면서 제재 절차도 연기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 수장 공백과 금융감독체계 개편 지연으로 홍콩 ELS와 같은 대규모 제재를 결정하기 힘든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사 제재를 최종 결정할 금융위는 해체 위기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금융위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금융위를 해체할 경우 금융위원회 설치법과 정부조직법, 은행법 등 관련 법률을 일괄 개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장기화할 경우 홍콩 ESL 제재 절차 진행도 불투명하다.
금소법상 과징금에 대한 추가 해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사들은 여전히 금소법상 '수입'을 투자 원금이 아닌 수수료 수익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선제적 배상에 나선 금융사에 대한 과징금 경감 범위와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징금 해석을 놓고 제재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며 "연내 최종 제재 결과가 확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