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을 4조7000억원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68조6680억원으로, 지난해 말(272조1820억원) 대비 3조5140억원 감소했다.
우리은행이 자영업자 대출을 큰 폭으로 줄인 데 따른 여파다. 우리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9조6540억원에서 44조9627억원으로 4조6913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조1565억원, 신한은행은 4086억원의 자영업자 대출을 각각 늘린 것과 대조된다. 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3887억원 감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 중 부동산 임대업 관련 대출 비중이 33.4%로 타행 평균(29.5%) 대비 높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영업자 대출이 일부 축소됐다"고 했다. 이어 "임대업 중심의 여신을 제조업, 신성장 산업, 첨단 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우리금융은 2027년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만 한다. 그러려면 CET1 산정 때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여야 하는데, RWA는 자영업자 대출과 같이 신용 위험이 높은 대출일수록 늘어난다.
자영업자 대출과 달리 대기업 대출은 은행별 편차 없이 고르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7조2738억원으로, 지난해 말(164조3069억원) 대비 2조9669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올해 들어 '기업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가 적고 연체율이 낮은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RWA를 증가시켜 CET1비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자영업자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