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시장에 진출한 블록체인 업체 트론이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에서 이더리움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며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갤럭시 휴대전화 이용자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듯,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들이 이더리움 대신 트론 네트워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트론을 통해 유통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규모는 808억달러로, 이더리움(738억달러)을 넘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유통량(600억달러) 대비 약 34% 증가한 수준이다. 트론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USDT 전송 건수도 하루 평균 240만건으로 이더리움보다 7배 많았다. 크립토퀀트는 "트론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네트워크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며 "암호화폐 결제·송금 인프라에서 트론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달러인 스테이블코인을 타인 또는 기관에 이체·전송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선택해야 한다. 신용카드 결제는 카드사가 구축한 결제망 위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체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이더리움·폴리곤·아발란체 등 다양한데, 대부분이 이더리움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체·전송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수수료도 비싸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저렴하고 이체·전송이 빠른 트론의 장점이 부각됐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트론 네트워크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약 75%는 수수료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달 트론의 수수료 수익은 3억8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론에 대한 인기가 늘어나면서 트론이 발행하는 암호화폐 트론(TRX)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292억달러로 카르다노(ADA)를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이날 오후 기준 트론 가격은 0.32달러로 한 달 만에 18.7% 상승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트론(TRON Inc) 주가는 이날 10.8달러로 일주일 만에 22.93% 상승했다. 최근 한 달 사이 41.34%, 최근 3개월 사이 2612.3% 급등했다.
앞서 트론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은 장난감 개발·제조 업체이자 나스닥 상장사였던 에스알엠(SRM)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해 나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SRM은 1억달러 규모의 트론(3억6510만개)을 매입한 뒤 이를 예치(스테이킹)해 이자수익을 올리는 등 암호화폐 트레저리(금고) 전략을 선보였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이 아닌 트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은 SRM이 처음이다. 이후 SRM은 사명과 티커명을 트론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