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은행 전경.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신용대출을 받는 신용등급 1등급 고객에게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연체율이 낮은 고신용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인데, 중저신용자는 대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신용대출 우대금리 항목을 신설했다. 신용평가(CB) 1등급 충족 시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은행 CB 1등급에 해당하는 고객의 신용 점수 구간은 KCB(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 966~1000점, NICE(NICE평가정보) 기준 946~1000점이다. 이 밖에 체크카드 사용 실적, 대출 분할 상환 여부에 따라 각각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뺀 값으로 결정되는데, 우대금리가 높을수록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이자도 줄게 된다. 예컨대 A·B 금융 소비자가 신용대출을 통해 1억원을 5년 원리금 분할 상환 조건으로 빌렸다고 가정하면, 연 4% 금리에 돈을 빌린 A씨는 총 1050만원을 이자로 내야 하나,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대출금리가 연 3.6%로 낮아진 B씨는 이자가 942만원으로 100만원가량 줄어든다.

우리은행 주요 신용대출 우대금리 항목 신설 및 우대율 변경안. /우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은행권에선 고객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대금리는 은행 재량으로 결정되는데, 보통은 급여 이체, 마케팅 동의, 자동 이체, 카드 실적, 최초 거래, 주택청약 등 '거래 실적'에 따라 제공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년 은행 생활하면서 고객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우대금리를 주는 건 처음 본다"며 "건전성 관리를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우대 선택권 다양화와 건전성 관리를 위한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우리금융은 2027년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만 한다. 그러려면 CET1 산정 때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낮춰야만 한다. RWA는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일수록 낮게 매겨진다.

문제는 은행이 위험이 적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면 중저신용자, 저소득층은 대출 절벽에 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조차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대출 실수요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