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서울 시내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연합뉴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빚 탕감' 정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장기 연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에게 폭넓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예산처가 지난 24일 발간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장기 소액 연체자 113만명이 진 빚 16조원을 탕감하는 내용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부실 자산을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 기관)'를 세워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구조다.

그래픽=손민균

국회예산처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 줌으로써 재기를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 자체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성실 상환자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사각지대 발생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채무조정 지원 대상을 '7년 이상 연체'한 개인으로 한정했는데, 2018년 6월 이후 연체가 시작된 차주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처는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채권 소각에 따른 지원 사각지대 발생을 최소화하고, 한정된 재원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폭넓게 제공하기 위한 사업설계 보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처는 재원 조달 방안도 지적했다. 금융위는 필요한 돈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는 금융사로부터 출자를 받겠다고 했다. 국회예산처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연체 채권) 매입가율을 (5%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회사는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각해 건전성 관리를 하는데, 보통 채권가액의 1~5%정도로 값을 매겨 부실채권 전문 투자사에 판다. 예컨대 채권가액이 100만원이면 이를 1만~5만원에 파는 것이다. 금융위는 채권매입가율을 5%로 가정해 8000억원(16조4000억원×5%)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는데, 이를 2.5%로 낮추면 예산 4000억원으로도 충분하다. 국회예산처는 "정부 출자만으로 채권 매입이 가능한 방향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급적 매입을 많이 하려면 매각하는 이의 저항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평균 매입가율을 5%로 정했다"며 "매입가율은 매각·매입 주체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