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앞으로 은행들은 창구에서 고액을 인출·이체하는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예방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최신 범죄 사례도 안내한다. 최근 피해자에게 현금을 인출하게 한 뒤 직접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 증가함에 따라 문진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이달부터 이런 내용의 강화된 문진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정부는 최근 은행권 문진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방법서를 마련해 은행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진제도는 고객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돼 예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하거나 서명을 받는 제도다. 현재 은행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 현금을 인출할 경우 보이스피싱 예방 문진을 실시하고, 1000만원 이상 인출 때는 책임자가 지금 사용 용도 및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사항을 최종 확인해야 한다.

은행들은 앞으로 고객이 창구를 방문했을 때 보이스피싱 예방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시청하게 하고, 문진 내용의 주요 키워드를 자필로 서명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도 안내해 고객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연령·성별·거래 금액 등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문진표도 제공한다. 은행권은 이를 위해 연령별 맞춤형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자료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고령층이나 고위험층 고객이 자동화기기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으로 거래를 할 경우 영상 문진을 진행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문진제도 강화는 정부의 보이스피싱 근절 노력에도 범죄가 계속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8268건, 피해액은 426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피해 사례는 약 22%, 피해 금액은 120%가량 늘었다.

경찰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뉴스1

피해 사례보다 피해액 증가가 가파른 이유는 최근 대면편취 범죄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뱅킹 일일 이체 한도가 축소되고 지연 이체제도가 도입되는 등 비대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제도가 강화되자 대면편취 수법이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대면편취 비중은 2019년 8.6%에서 2023년 64.3%로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중장령층을 포함해 전 연령대에 대해 예방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