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최대 50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 정책도 후퇴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장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보고 은행권에 점검을 지시했다. 이에 정부 주도로 장기 주담대를 출시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민간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방안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10년 이상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자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그동안 최장 50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주담대는 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대출 위주로 이뤄졌다. 보통 시중은행 고정금리 주담대는 5년 금리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금융 당국은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금리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선진국처럼 장기·고정금리로 가계대출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오는 하반기 중 은행권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위한 표준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뉴스1

그런데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금융 당국은 은행권에 장기 주담대 점검을 지시했다. 이에 SC제일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20년 단축하고 우대금리도 최대 0.25%포인트 축소했다. 다른 은행도 장기 주담대 만기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장기 주담대가 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담대 상환 기간이 늘어나면 연간 상환액이 줄어 DSR 규제를 일부 회피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는 금리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순 있으나 연간 상환액이 대폭 줄면서 대출 총액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특히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장기·고정금리일수록 대출한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최근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스트레스 DSR을 적용받아도 소득의 6배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활성화 등으로 장기·고정금리를 취급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