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DB

은행이 한 단계 발전된 인공지능(AI)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 기존 AI 서비스가 단순한 챗봇 수준에 그쳤다면, 복잡한 대출 계산을 돕거나 환율 전망을 예측하는 등 금융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 기업용 인터넷 뱅킹 홈페이지에 '환율 신호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환율 신호등은 당일 환율 변동 방향을 예측하고 신호등 디자인에 초록(상승)·주황(보합)·빨간(하락)색으로 알리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최근 이 신호등에 쓰일 AI 기반 환율 예측 모형 개발을 마무리 지었다. 하나은행이 직접 개발한 이 모형은 글로벌 주식·채권·원자재 등의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가공해 당일 환율 전망을 도출한다.

이번 환율 예측 서비스는 기업 고객의 편의를 높일 목적으로 준비됐다. 수출입 기업은 환율의 오르내림에 이익이 출렁거리는 만큼, 환율 변동성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 고객들이 외화 업무를 보러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곧바로 환율 전망을 띄워 락인효과(잠금효과)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하나은행은 향후 해외결제용 카드인 트래블로그 애플리케이션(앱)에 일반 고객 대상 환율 예측 서비스도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6월 말 앱을 통해 'AI 계산기'를 출시한다. 예금 및 대출 등 상품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을 따져보기 위한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특정 조건의 대출을 빌렸을 때 한 달에 갚아야 하는 상환액 수치까지 계산해 알려주는 수준의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자연어 입력 방식을 채택해 마치 은행원과 대화하듯 금융 계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찌감치 핀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계산기 서비스처럼 빈칸에 숫자를 입력하고 값을 도출하는 방식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은행들은 AI 서비스 활용 폭을 전 상품 영역으로 점차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의 AI 활용은 챗봇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한정된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변만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은행들은 AI 서비스 공개 전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없애는 데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그럴싸한 거짓말을 지어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현상으로 AI의 고질병이라고도 불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선 직원용 서비스 검증을 거쳐 할루시네이션 가능성을 충분히 없앤 후 차츰 고객용 AI 서비스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