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 사옥. /흥국화재

흥국화재보험이 중소기업과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일명 '꺾기(구속성 보험 계약)' 영업을 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았다.

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흥국화재에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1억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임원 1명에겐 '주의', 퇴직자 5명에겐 '위법·부당사항(주의 상당)' 제재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2016~2021년 중소기업·저신용자와 대출 계약을 맺고, 계약 전후 1개월 이내에 보장성 보험 계약도 체결했다. 현행법상 보험회사는 중소기업과 저신용자와 대출 계약 체결 전후 각 1개월 이내에 차주(대출받은 사람) 및 차주 관계인과 보장성 보험 계약을 체결해선 안 된다.

이는 금융사가 급전이 필요한 중기·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고 대출금 일부를 예금이나 보험, 금융투자상품 등에 재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꺾기 영업을 금지하기 위한 규제다.

흥국화재는 일반 가입자에게도 꺾기 영업을 했다. 일반 금융 소비자의 경우 대출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서 1개월 전후로 월 보험료가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해선 안 된다. 흥국화재는 2021년 이를 어기고 고객과 월 보험료가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흥국화재가 고객 정보를 무단 열람한 사실도 확인했다. 흥국화재는 2021~2023년 대출 심사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질병·상해 정보가 포함된 진단명, 진료 기간, 병원명, 보험사고 내용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조회했다. 흥국화재가 고객의 질병·상해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업무별로 차등 부여하지 않아 대출 심사 업무 담당자까지 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흥국화재가 임직원 등이 신용정보보호 관련 법령 등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신용정보 전산시스템에 대한 기술적·물리적·관리적 보안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징계 사안은 2023년 4월 금감원의 수시 검사에서 적발됐다. 이번 검사에서 2016년 법 위반 건수가 적발되면서 금감원의 검사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검사 인력 부족과 금융 범죄 수법 정교화 등으로 과거보다 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위반 사항을 확인한 뒤 제재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 종료 시점부터 처리 완료까지 길게는 2년이 걸리기도 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업 종사자들은 감독 당국의 비전문성과 비효율성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감독평가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 사례를 점검하고 감독기관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