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사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흥국화재. /각 사 제공

올해 1분기 독감 유행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주요 손해보험사 실적이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독감과 같은 외부 충격에 보험사 실적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가 최근 2~3년 사이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장기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큰 장기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손보사 중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현대해상이 57.4% 하락하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DB손해보험은 23.4%, 삼성화재는 13.2%, 메리츠화재는 5.8% 각각 하락했다. KB손해보험은 8.2% 상승한 3135억원을 기록하며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성장했다.

보험사의 본업인 보험 손익은 5곳 모두 하락했다. 보험 손익은 보험 수익에서 보험 서비스 비용을 뺀 값이다. 5대 손보사 모두 수익은 늘었는데, 지급 보험금 등 비용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일반보험보다 장기보험의 손익이 더 크게 악화됐다. 순이익 감소가 영업 부진 등 내부 요인이 아닌 독감·산불 등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던 KB손해보험의 보험손익은 올해 1분기 23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6% 하락했다. 선방했다고 평가받는 메리츠화재의 보험손익도 같은 기간 21% 하락한 359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67%, DB손해보험은 28.5%, 삼성화재는 6% 각각 하락했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 /뉴스1

일각에서는 보험사 실적이 외부 충격에 출렁거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재난·재해나 유행병 등 대규모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양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에 유리한 장기 보험을 집중 판매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보험료를 낮추고 혜택은 강화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보험사 대부분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써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아지면 손해율이 급등할 수 있다.

더구나 금융 당국이 지난해 장기보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해지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해지율이 낮아지면 수익성 지표인 CSM 잔액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계약해지 시 지급하는 보험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금융 당국은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에 이익이 되는데, 보험사가 해지율이 높을 것으로 산정해 이익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장기보험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 방어도 힘들게 만든다. 금감원은 대부분 보험사의 킥스가 하락한 것에 대해 "CSM 확보만을 위해 위험 대비 수익이 낮은 장기 보장성 상품 판매 시 요구 자본 증가로 킥스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초기 CSM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 보험을 팔아야 했고, 보험료를 낮춰서라도 매출 증대를 하려고 했다"라며 "이렇게 보험료를 줄이면 향후 손해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