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밈코인 상장 심사기준을 연구해 만든 '가상자산 거래 모범사례'가 조만간 공개된다. 밈코인은 사람이나 동물을 소재로 장난처럼 만든 코인으로, 실제 쓸모나 가치를 찾기 어렵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3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 내용 보완 및 개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당국은 5월 1일 4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모범사례를 확정한 뒤 이번 주 내로 자료를 배포하기로 했다. 이번 4차 가상자산위에서는 모범사례 외에도 지정기부금단체·대학 등 비영리법인의 시장 참여 등 하반기 열릴 법인 시장과 관련한 논의도 한다.

모범사례에는 밈코인의 상장 기준을 강화하고 거래소들의 졸속 상장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당국은 상장 심사 시 일정 기준 이상 거래량이나 해외거래소 상장 이력 등을 확인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신규 상장 가상자산이 치솟는 이른바 '상장빔'을 예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하고 거래를 지원하라는 지적도 담길 예정이다. 상장빔이란 코인 가격이 상장 후 레이저빔처럼 폭등한다는 의미다.

가상자산거래소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임직원 내부통제 강화와 관련해서는 계좌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공개될 모범 사례의 핵심은 밈코인과 상장빔 내용으로,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상장빔 방지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이라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밈코인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급등락했다. 그 여파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올해 초까지 상장 직후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장빔 사태가 이어졌다. 예컨대 지난해 말 주목받은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 무브먼트 코인은 상장 직후 4만6000배가 급등했다가 1시간도 안돼 폭락했다.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뉴스1

밈코인이 인기를 끌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유례없이 빠른 상장절차를 밟아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별한 사용처나 기술력이 없는 밈코인들을 줄줄이 상장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투자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상장 후 가격 급등락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금융 당국이 사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가상자산거래소와 디지털 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지원(상장) 모범사례 개정 TF'를 구성하고 밈코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모범사례가 배포되는 대로 따른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닥사가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공개할 당시에도 국내 원화거래소를 포함해 10여 개사 역시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동참했다.

당국 관계자는 "모범사례 개정은 막바지 단계로, 내일 회의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라며 "다만 최근 이슈가 된 '상장빔 사이드카(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에 프로그램 매매를 5분 동안 정지하는 제도)'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이나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