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스트=조선DB

지방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에 지역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져 부실 여신이 발생하고, 지방은행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다시 자금 공급을 줄이는 '돈맥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주요 금융그룹 회장까지 나서 금융 당국에 SOS를 요청하는 중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최근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 당국에 지방 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공식 석상에서는 지난해 3월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지방금융지주·은행장 간담회에서 지역 내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위한 정책 자금 프로그램을 건의했다. 이후에도 지방금융지주 및 지방은행 경영진들은 지역 내 자금이 원활히 돌 수 있도록 당국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회장의 이러한 정책 요구는 지방 금융사 건전성 리스크 해소 및 비수도권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5개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제주)의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치는 0.60%다. 같은 시기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치는 0.40%로,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0.20%포인트 더 높다. 금융권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가 지방 기업의 취약화로 이어지고 지방은행 연체율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올해 역시 지방 기업들의 사업엔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정부가 이달부터 자동차 및 철강 품목에 관세를 매기면서 제조업 중소기업들의 경영 악화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관세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 애로는 531건이다. 관세 관련 신고가 128건이며, 관세 애로 신고 중 자동차·철강이 포함된 기계·금속 분야가 7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지역의 자금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기반 기업들의 자금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지방은행까지 돈줄을 막아 지역 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지침에 맞춰 건전성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지방은행 기업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내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체가 시작되면, 지방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를 우량 기업 위주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 경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지방은행마저 돈줄을 끊어버린다면, 중소기업들의 사업 여력은 더욱 나빠지고 기존 대출 부실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지방은행이 지역 자금 공급 역할을 못 해 지역 경제가 쇠락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금융 당국 차원의 조력이 있어야 지방은행이 지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의 지역 기업대출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다"면서도 "지금이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권역별 산업 특색을 고려한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 산업은행 주도 아래 지방은행이 참여하는 펀드 조성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