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8일 경기 평택시 한광중학교에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금융교육'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은 주식 투자 원리를 알아보고 모의 투자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광중학교 제공

금융 당국이 비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금융 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교육청과 손을 잡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수도권 지역 교사 및 학부모에게 금융 당국의 교육 프로그램을 알리고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채택을 독려하기로 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8일 충북도, 충북교육청, 하나금융지주와 지역 금융 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이날 MOU 체결식은 충북도청에서 열리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윤건영 충북교육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 원장은 김 지사 및 윤 교육감과 만나 충북 권역 내 학교에 금융 교육이 전파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약속한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 등 금융위·금감원 교육 정책 실무진들은 지난 11일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면담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면담의 화두 역시 충남도 내 금융 교육 활성화였다. 김 교육감과 금융 당국 실무진 모두 학교 교사의 금융 교육 수요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김 교육감은 "학교 선생님들이 금융 교육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교육감은 금융 당국에 도내 학교 교사들이 금융 교육 도입을 주저하는 사정을 설명했고, 금융 당국은 김 교육감에게 교사 연수 제공 및 교재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김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금융 당국의 이러한 지원 약속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9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사회과 교사, 학교 관계자, 금융교육 관계기관 등과 함께 개최한 금융과목 선택장려 및 교육현장 지원을 위한 설명회에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 당국이 지방을 찾아 금융 교육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금융 교육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청교협에 금융 교육을 신청한 초·중·고교 중 73%는 서울·인천·경기 소재 학교였다. 전체 학교 중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의 비율이 37% 수준임을 고려하면 학교 수가 적은 수도권에서 더 많은 금융 교육 신청이 이뤄진 셈이다.

학교 교육과정 중 금융 과목 도입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내년부터 고교 과정에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되는데 이는 융합 선택 과목이다. 개별 학교가 올해 해당 과목을 채택해야 내년부터 학생들이 교실에서 금융 과목을 배울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수도권 학교들의 금융과 경제생활 선택률이 80%라면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선택률은 5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은 수도권과 지방 간 금융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할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6월까지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홍보 활동에 힘 쏟을 방침이다. 이달 중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릴 금융 교육협의회에서도 지방 학교들의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채택 독려 방안이 회의 안건으로 다뤄진다. 또한 금융 당국은 학교 교사의 의지가 금융 교육 실시로 직결되는 만큼 지역 교육청에 협조를 구하고 사회과 교사들의 연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회과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이 금융과 맞지 않아 금융 과목 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발견된다"며 "금융 당국 차원에서 쉽고 재미있는 금융 학습법을 개발해 방학 동안 교사들을 연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