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나 시세 조종 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금융 소비자에게 정부 기금으로 피해액을 보상을 해주는 '한국형 페어펀드(Fairfund)법'을 발의한다. 미국에서 운용 중인 페어펀드를 벤치마킹하는 취지인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15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의 '공정배상기금법안' 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금융위원회가 공정배상기금을 조성하고 불완전판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및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행위, 공매도 위반 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를 보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금은 금융사들이 내는 과징금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기금 운용은 금융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의회가 맡는다.

박 의원은 "불완전판매, 불공정 거래행위 등으로 투자자의 피해가 막대함에도 시간적·비용적 한계로 실질적인 피해 보전이 제한되고 있다"며 법안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페어펀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페어펀드는 위법 행위를 한 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후 이 자금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펀드다. 불공정거래나 불완전판매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소송 대신 이 펀드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미국은 2002년 증권법을 위반한 사람 또는 증권회사로부터 징수한 민사제재금 및 부당이득 환수금을 재원으로 페어펀드를 조성했다. 민사제재금은 한국의 과징금, 부당이득 환수금은 벌금과 비슷한 성격이다.

서울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송기영 기자

다만 기금 조성 재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현행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 범위가 좁고 수위도 낮기 때문에 과징금으로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3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피해자 배상안 규모는 1조5000억~2조원가량이었다. 과징금만으로 수조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사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미국도 펀드 누적 금액이 약 143억달러(약 20조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도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재원 마련 등의 이견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같은 방식의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선 과징금뿐 아니라 형사 벌금, 몰수·추징금까지 재원에 포함해야 한다"며 "다만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우선 과징금만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