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의 투자상품 영업도 신중해지고 있다.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을 권하기보다 자산 배분 혹은 잠시간의 관망을 추천하는 중이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시장이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만큼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보다 투자처를 나눠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 비중을 낮추고 자산배분형 펀드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격지향 성향의 투자자들에겐 미국 주식 중 성장주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성장주는 미래 이익 증가를 기대하는 투자처지만 경기 상황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성장주 투자를 만류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및 유예 발표에 성장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 등락 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상품 영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객들에게 분할 매수를 통한 손실 방어를 추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객에게 추천하는 상품군을 해외주식형 상품에서 국내외 채권 관련 펀드로 바꿨다. 신한은행은 고객 상담 전 현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투자위험도가 늘어났다고 안내하는 중이다. 일부 은행 PB들은 고객들과 자산관리 상담 시 투자 대신 관망을 추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정서희

은행들이 투자상품 영업에 신중해진 이유는 최근 투자 시장 변동성 증대에 따른 고객 자산 손실 및 소비자 분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국시각 기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60여개 국가에 기본관세율(10%) 이상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주일만인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며 돌연 정책을 바꿨다.

일주일간 국내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요동쳤다. 상호관세 부과가 시작된 9일 국내 코스피지수는 1년 5개월 만에 23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곧바로 다음 날 관세 유예가 발표되자 매수 급증이 발생했고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관세 부과 발표 후 4~6% 떨어졌다가 유예 결정 직후 8~12%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관세 유예 발표 후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신중한 태도를 지키는 중이다. 최근 시장이 정치 역학에 좌우되는 만큼 경제 논리로 예측하기 어려운 충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90일 관세 유예 기간에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은행들은 한동안 자산배분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권유할 방침이다.

김유나 KB국민은행 GOLD&WISE the FIRST센터 지점장은 "시장 변동성이 큰 환경에선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점장은 "섣불리 저점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당장의 자산 가치를 기준 삼아 극단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