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신용판매 부진으로 미래먹거리를 고심 중인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해 사업 확장에 나선다.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모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데이터를 가공해 소비자 개별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국내 최초의 민간데이터댐 사업인 그랜데이터 회원사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데이터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다. 그랜데이터는 신한카드와 SK텔레콤, KCB 3사를 중심으로 2021년 출범했다. 이번 협약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이마트가 추가됐다. 신한카드로서는 기존 고객 데이터에 더해 모빌리티와 유통 등 신규 이종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3년 데이터 관련 조직을 신설한 신한카드는 지난 2023년 데이터 수익으로 140억원 이상을 거뒀으며 지난해 조직을 기존 팀에서 본부로 격상시켰다. 올해 카드사 주주총회에서 화두는 사업목적에 데이터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이었는데, 신한카드 역시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기업정보조회업을 추가했다.

삼성카드도 지난달 20일 주주총회에 같은 내용을 담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기업정보조회업은 법인·기업의 거래 내역, 신용거래 능력 등을 분석해 이를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는 신용정보업의 일종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세 법인에 대한 신용평가와 대출 심사자료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결제 데이터와 가맹점 신용정보를 결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 추정, 고객 소비패턴 분석 등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일본 신용카드사에 수출하고 있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태그는 업종에 상관 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카드사 최초로 기업정보조회업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BC카드는 현재 영세 법인 가맹점의 신용분석 데이터를 케이뱅크 등 주요 금융기관에 공급하고 있으며 자체 기업 신용대출에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 모습. /조선DB

카드업계는 수년째 부진의 늪에 갇혀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87억 ) 늘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경기 불황과 신용매출 부진으로 자산건전성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전년 대비 0.02%포인트 오른 1.65%로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6%로 전년 말(1.14%)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그간 카드사는 신사업으로 기업정보조회업 진출을 노려왔지만,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기업정보조회업은 겸영 업무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는 카드사의 겸영 업무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본격적으로 가맹점 법인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심사 자료로 활용하거나 타 금융기관으로 판매도 할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사의 방대한 가맹점 데이터가 신규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원래 카드사들이 역량을 갖췄던 신용평가를 법인으로 넓히고 신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이제 겨우 정관을 변경해 겸영으로 올렸을 뿐, 기업정보조회업이 수익화 단계로 나아가기까지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