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주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2%대, 심지어 1%대 예금 상품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1%인 점을 고려하면 예금 금리는 사실상 '제로'거나 마이너스 수준인 셈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4월부터 주요 예금상품의 연이율을 인하하면서 대표 예적금 상품인 '퍼스트정기예금'의 1개월 만기 상품 기본금리가 연 1.95%에 불과하게 됐다. 3개월 만기 상품은 연 2%, 6개월 만기 상품도 연 2.1%에 그쳤다. 파킹통장인 '제일 EZ 통장'의 연이율도 1.4%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1년 만기 예금 상품 금리도 뚝뚝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BNK경남은행의 1년 만기 상품인 '더 든든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2.0% 수준이다. 제주은행의 1년 만기 '스마일드림정기예금' 역시 기본금리가 연 2.0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 2.1%를 고려하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마이너스로, 각종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0%대에 그친다.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인 파킹통장 금리도 1%대를 이어가고 있다. 파킹통장은 예치한도는 적지만 비교적 금리가 높은 상품이 많아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지만, 이마저도 금리인하기를 버티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파킹통장인 '머니클립' 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인하했고, IBK기업은행 '머니박스'도 지난해 출시 당시 연 3%대 금리였으나 현재는 최대 1.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금리가 높다고 알려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파킹통장 금리도 1.8~2%에 불과하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우리은행은 같은달 26일부터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씩 내렸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28일 주요 수신상품에 최대 0.25%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2개월 만기 상품의 기본금리 하단은 2.15%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겨우 상회하고 있다. 최고금리도 2.9%로 3%가 채 되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은행 수신금리가 1%대까지 내려간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은행권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선제적으로 예적금 금리 등 수신금리를 내리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고환율과 가계부채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이 연내 0.25~0.5%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해 예금금리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예적금금리도 함께 낮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금리 수신상품에 예치하는 대신 주식과 금 투자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50조1241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8조8906억원이나 늘어났다.

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의 금리는 연 0.1% 수준으로 사실상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데, 실질금리가 제로인 예적금에 넣어 돈이 묶이느니 원하는 투자처가 생겼을 때 바로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대기하려는 수요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