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올해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사회 성비는 매년 개선돼 꾸준히 여성 비율이 높아졌지만, 아직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주총회를 마무리한 금융지주사들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평균 37%로 전년 대비 소폭 확대됐다. 총 32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중 여성은 10명으로 전체의 31% 수준이었다.

올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지난해 선임된 송성주 사외이사와 재선임된 김조설·윤재원 사외이사, 새로 합류한 전묘상 사외이사 등 4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한다. 신한금융지주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44.4%로 확대됐다.

KB금융지주는 이사회 의장에 조화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사회 의장에 여성을 선임했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도 7명 중 3명으로 42.8%를 유지하며 금융지주사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서영숙 사외이사의 합류로 총 9명 중 여성 사외이사가 2명에서 3명으로 늘게 됐다. 비율도 22%에서 올해 33%로 확대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8%로 7명 중 2명이고 전년과 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그동안 남성이 대다수인 대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꾸준히 관심사였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조치다. 대기업에서는 여성 의장도 다수 배출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이번 주총에서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한애라 사외이사를 선임해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했다.

금융지주들도 이에 꾸준히 발맞춰 가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23년 말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미 지난 2022년 8월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선임이 의무화되면서 금융권에 여성 사외이사 바람이 불었다. 당시만 해도 총 34명 중 각 사에 1~2명씩 6명(17.6%)이 여성이었으나, 2023년 30명 중 7명(23.3%)으로 비중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30%를 넘겨왔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글로벌 주요 금융사들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과도 키를 맞춰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CITI 53.8% ▲웰스파고 38.5% ▲BoA 35.7% 등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6월부터 상장사 이사회 구성원(비상임이사 기준) 중 40%를 여성으로 채울 것을 의무화하는 여성 사외이사 할당제를 의무화했다.

다만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이사회가 소폭 교체되면서 올해는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우리금융을 제외한 대부분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소폭 교체에 그치면서 여전히 이사회 성비 구성 개선 폭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2023년부터 금융 당국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EU의 사외이사 비율 권고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사외이사 풀이 적고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자격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맞춰 점차 개선 폭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