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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서울시가 손을 잡고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자 겸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대부업자가 무리한 추가 사업을 벌이다 금융 사고를 내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번 법안은 대부업자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여 2600억원대 피해를 낳은 PS파이낸셜 사건 이후 마련됐다.

14일 국회입법현황에 따르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엔 대부업과 이해상충을 일으키거나 민생 침해를 일으킬만한 사업을 하고 있다면 대부업 등록을 막는 겸업 제한 요건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업종은 향후 시행령으로 정해야 하나 관계 당국 내에선 다단계 판매업 혹은 유흥업소 등이 겸업 금지 업종으로 거론된다.

해당 개정안은 서울시가 국회에 건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자는 기존에도 겸업 제한을 받고 있었으나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들은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업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업에 손대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대부업 영업에도 별도 사업을 벌이면서 금융 사고를 내거나 민생침해범죄를 일으키곤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관내 대부업자들을 점검하며 대부업자가 투자금 명목으로 고객들에게서 돈을 모으는 사례를 적발했다. 대부업자가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법정 최고금리(연 20%)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사례도 발견됐다.

더욱이 지난해 불거진 PS파이낸셜 사건은 대부업자 겸업 제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PS파이낸셜은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로 7년 동안 유사수신행위를 벌이다 지난해 12월 이곳 대표가 자취를 감추면서 투자 피해를 낳았다. PS파이낸셜은 중소기업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는데 현재 피해액은 2600억원가량으로 전해진다. PS파이낸셜은 서울 강남구에 등록된 정식 업체였으나 이곳이 투자 사업을 벌이는 동안 강남구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했다. 현행 대부업법상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를 상대로 한 겸업 제한이 없어 지자체도 제재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와 서울시는 겸업 제한 근거가 생기면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가 겸업 규제를 어긴 대부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대부업 자격을 박탈하는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PS파이낸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에 해당 입법을 적극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지자체의 관내 대부업자 감독이 수월해지고 범죄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은희 의원은 "지자체의 관리·감독 허점은 고스란히 서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업 관리 체계를 정비해 불법 금융행위로 인한 서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