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 금리 인하 간 엇박자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지정 해제까지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금융 당국은 "횡보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걱정할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지만, 대출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2월중 가게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10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한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견인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6000억원 줄었으나 주담대는 5조원이 늘었다.

금융 당국은 새학기 이사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지만 연초 은행들의 신규 대출 취급이 시작되고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까지 이어지면서 정책간 엇박자가 부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표면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권 대출 문턱이 낮아진 데다 서울시의 토허제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했고, 지난해 연말 눌렸던 대출 수요가 연초 '주담대 오픈런'으로 나타난 것이다.

토허제 해제는 실제로 강남지역의 아파트 시세 뿐 아니라 매매 심리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 올랐는데, 특히 강남 3구의 매매가격 상승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송파구는 0.72% 급등해 7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고, 강남구가 0.69%, 서초구가 0.62%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흐름에 힘입어 마포구, 성동구 등 서울 다른 지역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2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167건으로, 전년 동기인 81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시그널이 매수 심리와 집값 상승, 대출 증가 등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말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면서 대출 수요는 더 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신생아 대출을 출시한 지난해 1월 29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 1년간 총 13조2458억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매달 1조원씩 대출이 나간 셈이다.

대출 신규 취급액은 주택거래일 이후 2~3개월 이후 집행되는 만큼 앞으로 가계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토허제 해제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서울 외곽 지역의 신축과 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를 위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거래량은 3000건 수준이었으나 12일 기준 지난달 거래량은 4350건을 기록했다. 아직 신고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1월의 3194건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다만 금융 당국은 아직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예상치인 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목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3월 추세도 횡보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빨간 불이 들어올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