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 분쟁'이 7년 만에 일단락되면서, 2005년부터 추진됐던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과 함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교보문고를 비롯해 증권사·자산운용사·신탁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손해보험사·저축은행 등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사 인수를 여러 차례 검토했던 만큼, 보험사 M&A 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10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2023년 2월 정기 이사회에 금융지주사 설립 안건을 보고하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 금융위원회 인가 승인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금융지주사 설립이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이유는 주주총회 결의 때문이었다. 교보생명은 보유한 자회사 주식·현금 등을 분할하고 신설된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인적분할을 추진하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 이후 진행되는 주주총회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해 2대 주주였던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겪으면서 걸림돌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이 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와 4.5%를 일본 SBI그룹과 신한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각각 매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보생명은 나머지 2개 펀드인 IMM 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도 각 보유한 지분 5.23%를 매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계약까지 성사돼 컨소시엄이 공식 해체되면 인적분할에 반대할 만한 주주가 없어진다.
신 회장은 지난달 어펄마캐피털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5.33%를 전량 매수해 지분율을 33.7%에서 39%까지 높였다. 풋옵션 분쟁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SBI그룹 지분 9.05%와 신인재·신경애·신영애씨 등 신 회장 가족 지분 5.12% 등을 합하면, 신 회장의 우호지분은 50%를 넘기게 된다. SBI그룹은 교보생명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지분 매각 계약 이후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사업 다각화를 위해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보험업법 등 규제로 자회사·관계사에 대한 투자가 제한적이었지만, 금융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자본조달 등이 수월해지면서 투자 확대가 용이해진다. 사업 다각화는 교보생명의 또 다른 목표인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사 인수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23년 금융지주사 설립을 공식화한 뒤 롯데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MG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했다.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은 현재도 매물로 나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규제를 받아 관계사에 대한 투자 한도에 제한이 있는데, 금융지주사가 되면 투자 한도가 늘어나는 등 이점이 있다"라며 "금융지주사가 설립되면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사 인수를 다시 검토해 볼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