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청사. /뉴스1

26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PS파이낸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6개월 전 PS파이낸셜이 불법영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니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민원을 강남구청으로 넘겼고, 강남구청은 "형사고소를 진행하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강남구의 형식적 행정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PS파이낸셜은 개인사업자로 채권발행 주체가 될 수 없음에도 채권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을 속여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일반인의 입장에서 오인 가입과 일종의 사기를 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의 민원을 금감원에 지난해 5월 접수했다. PS파이낸셜이 폰지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이 시작되기 약 6개월 전이다.

A씨는 PS파이낸셜이 판매한다는 채권에 대한 홍보물 등 관련 자료를 첨부하고 "이 상품이 판매가 가능한 지 여부와 자사(PS파이낸셜) 홈페이지에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고시하고 있는 부분 등 확인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했다.

금감원은 PS파이낸셜이 서울 강남구에 등록된 대부업체라는 점을 근거로 강남구청에 민원을 이첩했다. 대부업체는 규모에 따라 금융 당국 등록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등록 업체로 나뉜다. PS파이낸셜은 후자에 해당돼 강남구청에 관리·감독 권한이 있다.

2600억원에 달하는 폰지사기 의혹이 발생한 PS파이낸셜의 회사 설명서 중 일부. /독자 제공

그런데 강남구청은 "대부업체의 채권 상품 판매에 대한 사항은 대부업법에 규정된 바가 없어 우리 구에서 제재할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PS파이낸셜과 같은 대부업체가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법에서 명백히 금지하고 있지만, 강남구청은 오로지 대부업법과 연관된 사안만 조치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강남구청은 PS파이낸셜이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계약에서 법정금리 초과 거래가 진행된 것이라면 PS파이낸셜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러한 답변을 한 이유에 대해 "불법 대부업 신고가 접수됐다고 구청이 관할하는 법을 넘어 제재할 수 없다"라며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관할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수사기관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관리·감독 대상인 대부업체의 불법행위 정황을 보고도 수사의뢰는 물론 관련 기관에 통보조차 않은 채 민원을 종결한 것은 형식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체가 채권을 판매하고, 관련도 없는 보험 설계사가 이 채권을 추천·권유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금감원과 지자체 어느 한 곳에서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대부업체인 PS파이낸셜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은 특별한 수사·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A씨가 PS파이낸셜의 불법성을 알아챈 이유도 그가 보험 설계사이자 투자권유대행인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최소한 PS파이낸셜 영업을 지시했던 사람들은 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라며 "금감원과 강남구의 책임회피식 대응이 피해 규모를 키운 것이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PS파이낸셜 상품을 판매한 보험 설계사가 소속된 미래에셋생명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과 또 다른 GA인 PS파인서비스에 대한 현장점검에나섰다. 최근에는 지자체 협조를 얻어 대부업을 겸업하는 GA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PS파이낸셜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채권을 판매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채권을 미끼로 모은 투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뒤 이자를 받아 투자자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영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