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면서 은행 예·적금 상품 위주로 돈을 굴리던 금융 소비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초 예금에 가입할 때만 해도 연 4%대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1년 새 기대 수익률이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1~2회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예금 금리는 2% 초반까지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연 4~6%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미국 국채, 채권형 펀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대체 투자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미국 국채 등 채권 투자 뜬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것은 채권 투자다. 김대수 신한은행 WM추진부 ICC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4.25~4.50%로 한국보다 높아 미국 국채 투자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며 "여기에 올해 말 미국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이전에 산 채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연 6%대 수익률도 낼 수 있다. 지금이 미국 국채 투자 적기"라고 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가 낮아지고,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 기존 발행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져 가격이 오른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기존 채권 가격이 올라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부센터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면 환율을 배제하고 1년 기준 10%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통계치다"라며 "미국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5~6%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개별 채권에 일일이 투자하기 어렵다면 '채권형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형 펀드는 우량 채권에 하이일드채권(고수익 고위험 채권)을 더해 수익률은 높이되, 리스크 헷징(위험 분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김대수 팀장은 "국내 회사채 중 우량 채권은 금리가 연 4%대 수준이다. 연 5~6% 수익률을 단일 채권에 투자해 얻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했다. 회사채 공모펀드인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6%대였다.
◇ 원금 손실 위험 없는 ELB도 대안
원금은 보장하되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ELB도 여러 전문가가 추천했다. 지난해 초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된 주가연계증권(ELS)과는 다른 상품이다. 지수나 종목이 투자 대상인 것은 ELS와 같으나, 대신 원금을 제외한 이자 등의 수익률만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간다. 투자 자산도 대부분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국공채고, 일부가 위험자산이다.
최정연 부센터장은 "ELB는 ELS와 같은 위험 부담이 없다. 발행 주체가 파산만 안 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동시에 은행 예금 이자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현재 ELB 수익률은 연 4~5%대"라고 했다. 이어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이 가능해 시장 상황을 관찰하면서 투자하기 좋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라고 했다.
안전 추구형 투자자라면 우대금리를 더한 최고금리가 연 3%대인 '막차' 예금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최정연 부센터장은 "은행, 저축은행 특판 상품 중 연 3%대 예금이 아직은 있다"며 "원금 보장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3%대 예금은 아직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대신 만기가 긴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간이 갈수록 신규 예·적금 상품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지금은 만기 1년짜리 상품의 금리보다 3, 6개월짜리 단기 상품의 금리가 높긴 하나, 한은의 추가 2회 기준 금리 인하로 수신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면 만기가 긴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반대로 대출을 할 땐 만기를 짧게 잡고, 주기적으로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5%포인트가량 낮긴 하지만, 앞으로 1~2년은 금리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이자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 고정형(혼합형)·주기형을 선택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