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부실 새마을금고에 적기시정조치를 권고 또는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중앙회장 권한 축소라는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게 부실의 최종 책임자인 중앙회장에게 부실 금고 선정과 경영 개선 명령 권한까지 부여한 것이다.
상시 감시 체계 마련을 위해 도입한 상근감사 의무 선임 대상도 전체 금고의 3% 수준으로 정해졌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법안(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하 혁신법)이 시행령으로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농협 등 상호금융권도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어서 '동일업권·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7월 혁신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중앙회장에게 부실 우려 금고를 지정하고 부실 우려 금고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권고 또는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혁신법에는 부실 금고를 지정하고 조치 명령을 내리는 권한을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이 중 부실 우려 금고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권고 또는 요구 권한을 중앙회장에게 위임한 것이다. 새마을금고 경영 혁신법은 애초 중앙회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축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행안부는 농협 등 상호금융권에도 중앙회장에게 적기시정조치 권고 또는 요구 권한이 있다면서 이를 모델로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중앙회장이 부실 금고에 경영 개선 조치를 내릴 권한이 있었고, 법 개정으로 경영 개선 조치를 적기시정조치로 개편한 것이라 중앙회장 권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혁신법의 핵심이었던 상근감사 의무 선임과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등도 대상 금고가 예상보다 대폭 줄었다. 시행령 개정안은 새마을금고 상근감사 의무 선임 기준을 자산 총액 8000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앞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규모 새마을금고는 상근감사를 의무 선임하도록 했는데, 시행령을 통해 그 기준을 정한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1284개 금고 중 총자산 8000억원을 넘는 곳은 42개(3.3%)에 불과하다. 사실상 대부분의 금고가 상근감사 의무 선임 대상에서 벗어났다. 8000억원 기준도 농협과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매해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금고 기준은 자산총액 3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총자산 3000억원 이상 금고 역시 전체 금고의 19%(250여곳)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혁신법은 2023년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이후 강도 높은 개혁 필요성에 따라 마련됐다. 그러나 법 개정 단계부터 혁신안의 핵심으로 꼽힌 지배구조 개선 관련 내용이 법안에서 상당수 빠지면서 '반쪽 개혁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행안부는 혁신안에 지역 이사(단위금고 이사장)를 13명에서 8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최종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이사장 중임제'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법안에선 제외됐다. 이사장 중임제는 금고 이사장들이 편법으로 '종신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중임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이사장들이 임기 만료 전 사직하고 재출마하는 꼼수로 장기 집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그나마 개정안에 포함된 혁신안도 대거 후퇴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회와 행안부가 지역 입김이 강한 새마을금고의 중앙회장이나 이사장 권한을 축소하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